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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책 버리는 대학 - 도서관 공간 갈수록 부족, 전자책 늘어

등록일
2014-10-06
글쓴이
관리자
조회
2144
책 버리는 大學    2014/10/06 10:35


[지난해 67만권 폐기, 왜?]
도서관 공간 갈수록 부족, 책 안 읽는 세태… 전자책 늘어


서강대 중앙도서관인 '로욜라 도서관'은 9월 30일부터 사흘간 장서 9954권을 폐기했다. 퇴출된 책들은 '구입한 지 10년이 넘고 지난 5년간 대출 횟수 5회 미만이면서 같은 책 3권 이상'인 언어·사회과학·이공 분야 도서였다. 나온 지 50년 된 영어판 '레닌' 평전 등 철 지난 사회주의 서적, 1999년판 '21세기 신경향 일본어' 등 중국어 인기에 밀린 제2외국어 책, 불과 10여년 만에 '석기시대 유물'로 전락한 공학 전공서가 많았다.

첫 장과 밑바닥에 붉은색 '폐기' 스탬프가 찍힌 책들은 우선 원하는 재학생과 교직원에게 1인당 최대 50권씩 무상으로 주어졌다. 사흘간 수백명이 헌책 더미를 뒤져 2000여권을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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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영국에서 간행된 마르크스 선집 등 10권을 챙긴 천동환(24·영미영문학과 4학년)씨는 "소장하고 싶던 책들을 얻었다"고 했다. 2000여권은 몇몇 고교 도서관에 기증됐다. 끝내 새 주인을 못 찾은 4000여권은 소각 단계로 넘겨졌다. 도서관 측은 "과거엔 폐지 업체 등에 넘겼는데 재활용은 안 되고 시중에 유통돼 말썽이 난 일이 있어 요즘은 소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이 재산인 대학 도서관들이 장서를 버릴 수밖에 없을 만큼 도서관들은 포화 상태다. 1974년 우리나라 최초 완전 개가제 도서관으로 개관한 로욜라 도서관은 현재 124만여권을 소장하고 있다. 2관, 3관까지 생겼지만 서가의 90%까지 찬 상태라 매년 들어오는 새 책 3만~5만여권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도서관 수서 정리팀 김희원 과장은 "꽂힌 책 위에 가로로 책을 쌓고 자투리 공간도 다 서가로 만들었지만 더 이상 틈이 없어 3~4년 전부터 매년 5000권 이상을 소각하거나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각 대학 도서관은 평균 3000여권을 버렸다. 다 합치면 총 67만1653권이다. 서울 남산도서관 소장 도서(47만6244권)의 1.4배나 되는 규모다. 462만여권을 소장한 서울대가 9359권을 폐기했고, 213만여권을 보유한 연세대는 1만6704권을 처분했다. 이화여대(1만3828권)·경희대(1만8374권)도 1만권 이상을 버렸다.

한 대학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신·증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책을 쌓아만 두면 효율적인 도서 이용이 어렵고 건물 안전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는 "신성한 책을 내다 버린다"며 반발하지만 대학 도서관들은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책을 덜 읽는 세태, 전자책 보급 확대도 대학 도서관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연세대 도서관 관계자는 "아무리 오래돼도 대출 빈도가 높은 책은 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자릿수였던 전국 대학 재학생 1명당 대출 권수는 2012년 9.4권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온 뒤 지난해에는 8.1권으로 더욱 줄었다.

대학 도서관 예산에서 e-book(전자책)과 전자 저널 등 전자 자료 구입비는 2011년 단행본 구입 예산을 추월했고, 지난해엔 전체 자료 구입비의 60.1%를 차지했다. 보관이 어려운 단행본에 집착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 http://blog.chosun.com/besetohan/7555441

이송원 / 사회부 기자

E-mail : lssw@chosun.com

입력 : 2014.10.06 0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