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학술출판협회 GNB 바로가기 (사)한국학술출판협회 컨텐츠(본문) 바로가기


뉴스&이슈

[교수신문] 학위까지 주는 평생교육시설? 지금도 관리가 힘든데…”

등록일
2015-12-04
글쓴이
관리자
조회
1581
“학위까지 주는 평생교육시설? 지금도 관리가 힘든데…”                                            
진흥원도 모르게 슬그머니 ‘전환’… 시설 현황조차 파악 못해
2015년 11월 30일 (월) 11:32:51이재 기자  jael@kyosu.net
  
 
 
 
 
 
 

가장 큰 우려는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규제다. 설립부터 운영, 해산에 이르기까지 법에 따른 규제를 받는 대학에 비해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규제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평생교육시설인 학점은행제의 경우 설립요건이 법이 아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편람에 기재돼 있어 구속력이 약할 뿐더러 설립 뒤 평가나 관리체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교육부는 현재 국내에 성업 중인 평생교육시설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평생교육통계를 발표하고는 있지만 이 통계에는 교육부 외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설치한 평생교육시설이 빠져있다. 교육부 평생학습과의 한 담당자는 “현행법상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평생교육시설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사례를 발견해도 이를 제재할 수 없다. 기관에 대한 조사는 설립신고 당시에 그치고 실사는 주로 교육과정 운영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먼저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점검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실제로 한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의 경우 진흥원의 인증을 받아 전문학사 학위를 발급하는 학점은행으로 인가받은 뒤 ‘편입전문 평생교육원’이라고 홍보하며 사실상 편입학원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이 역시 법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다. 진흥원의 학점은행·독학사관리본부 관계자는 “평생교육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분명하나 그 자체로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육부는 최근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하고, 설립요건을 편람에서 시행령 수준으로 격상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고등교육법 수준에 비하면 미미하다. 고등교육법과 달리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정보공시 의무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학알리미’와 같은 평생교육 정보공시포털은 계획만 있을 뿐 구축돼 있지 않다. 직접 교육부에 확인을 거치지 않는 한 평생교육시설의 교육여건을 파악할 길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학점은행 등 평생교육시설은 ‘학위장사’의 온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점은행제 운영 실태점검 현황」에 따르면 지난 7년간 학사관리 부실 등으로 적발된 기관은 무려 174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 유명 사립대는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석사학위 소지자인 해당과목 강사와 교수를 박사학위 소지자로 과대광고해 적발됐고, 출석을 절반밖에 하지 않은 학생의 출석을 100퍼센트 인정해 주는 등 출석부정도 12과목에서 드러났다. 안 의원이 “학점은행이 대학의 학점장사 수단으로 전락했다. 교육부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평생교육 전문가 “교육부가 평생교육을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을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한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서도 관련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다년간 평생교육을 연구해온 김태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먼저 수요예측 등 사전연구조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 위원은 “현 상황에서 대학의 평생교육시설 전환이 효과적인지 검토가 됐느냐. 지방에는 평생교육 수요조차 없다. 사전검토도 없이 무작정 전환한다고 하면 역기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퇴출경로로 평생교육을 활용했다가는 자칫 5·31 교육개혁으로 인해 부실대학이 양산됐던 과오가 평생교육 분야에서 재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진흥원 측 역시 대학의 평생교육시설 전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진흥원 평생직업교육본부 관계자는 “대학을 평생교육시설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그 같은 대규모 시설을 활용할 방법이 없다. 지방의 경우 수요도 없다. (수강생이 없어) 놀리는 시설이 많아질 것이다. 차라리 이들을 실버대학 등으로 조성해 고령자 재교육 기관으로 삼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가 정확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어 관련부서인 진흥원으로서도 어떤 형태의 전환이 이뤄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학의 평생교육시설 전환시 가장 첨예하게 부딪힐 부분은 ‘학위’다. 국내법상 대학을 제외한 학위 수여는 독학사와 학점은행 두 곳에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두 유형의 기관들이 학점장사나 허위기관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 역시 대학 외에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이점 때문이다. 대학이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하면 이 두 기관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평생교육시설 관계자들이 난감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로서도 이미 활성화돼 있는 독학사와 학점은행제도를‘사문화’시키는 결정을 내리는 부담이 생긴다.

그렇다고 대학의 학위 수여 권한을 배제한 채 시설 전환을 유도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대학이 얼마나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고위 관계자는 “대학으로서의 입지를 포기할 곳이 몇 곳이나 되겠느냐. 학위를 주지 않고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한다면 법인이나 오너는 받아들일지 몰라도 그 대학 소속 교수들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부가 절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등교육법 안에‘평생학습대학’유형을 새롭게 규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김태준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1만명 규모의 대규모 편제정원을 가진 대학을 관리감독할 권한을 교육부가 내려놓을 리 만무하다. 고등교육법을 고쳐 새 유형을 임시로 운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대학을 줄이겠다’던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임시방편일 뿐이었다는 것을 실토하는 꼴이나 다름없게 된다.

교육부‘기획통’급작스런‘평생직업교육국장’발령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평생교육을 활성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교육부의 움직임은 최근 인사개편을 통해서도 읽힌다.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박춘란 충남 부교육감을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국장으로 불러 올렸다. 박 국장으로서는 지난해 정책기획관으로 활동하다 수능문제 중복정답 파동으로 교육부를 떠난 지 1년만의 복귀다. 대학가에서는 박 국장이 평생직업교육국을 맡은 데‘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박 국장은 정책기획관으로서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사다. 한 구조개혁 전문가는 박 국장을 ‘매파’라고 규정했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최연소 여성 부이사관 승진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 국장은 대학정책과장으로 활동했고, 전문대학원제도 도입 업무를 다룬 바 있으며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박 국장을 대학구조개혁의‘기획통’으로 지목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육부에 평생교육 전문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평생교육 분야의 한 교수는 “평생교육 자체가 국내에서 활성화된 연구주제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전문학계에서도 어려움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전문가가 전혀 없는 교육부가 책상에서 그림이나 그리는 수준으로 평생교육을 논하고 있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평생교육을 계속 ‘직업교육’수준에서 논하고 있지 않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출처]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806